치루 항문경 검사
오늘은 치루 의심 증상으로 항문외과에 다녀온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결과는 다행히 치루가 아닌 걸로 나왔지만, 이번 일로 항문 질환의 경각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될 수 있었다. 먼저 치루에 대한 간단한 설명부터 하겠다.
치루란?
항문 안에는 '항문선'이라는 '길'이 있다. 이 항문선에 대변의 일부(세균, 분비물 등)가 타고 들어가게 되면 만성 농양을 일으키게 된다. 이때 생긴 농양이 터지면서 항문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구멍이 뚫리게 되는데 이것을 치루라고 한다. 이렇게 한 번 생긴 길은 수술밖에는 다른 치료법이 없다. 수술은 단순, 복합, 다발성 그중 어떤 치루냐에 따라 수술법이 달라진다. 가장 재발률이 낮은 수술로는 고름이 나오는 길을 모두 제거하는 절제술이 있다. 하지만 치루 타입에 따라 괄약근 손실 위험이 있어 모두에게 적용되진 않다고 한다.
내가 경각심을 가지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수술 부작용 사례를 접하면서다. 부작용은 괄약근 손실로 인한 변실금이 가장 많았고, 그보다 더 극적인 사례도 볼 수 있었다. 수술을 해야 될 상황이라면 무엇보다 의사 선택이 중요할 듯하다. 그럼 내가 겪은 증상과 검사받은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겠다.
내가 겪은 증상
생리 때 이틀 동안 거의 누워만 있던 적이 있었는데, 그게 원인이었는지 몰라도 한동안 항문 주변이 따갑고 작열감이 느껴졌었다. 처음에는 워낙 그쪽 피부가 약하다 보니 일시적인 트러블인 줄 알았다. 그런데 볼일 후 휴지로 닦을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이 며칠이 지나도 가시지 않았다. 거울로 들여다보니 항문 바로 옆에 작은 상처가 나있고 그 주변이 빨갛게 헐어있었다. 그때부터 내가 갖고 있는 증상들을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심지어 구글 이미지 검색까지. 그 결과 내가 내린 자가 진단은 바로 치루였다.
병원가기
모든 걸 내려놓고 수술 날짜 받으러 간단 마음가짐으로 병원을 알아봤다. 하나밖에 없는 괄약근이 수술 후 잘못되진 않을까 솔직히 두렵고 무서웠다. 그래서 처음부터 항문 전문 외과를 찾았는데 집 근처에는 항문외과가 없어서 버스 타고 30분 거리에 있는 병원으로 갔다. 서울 어딜 가도 외과, 내과, 치과, 성형외과는 넘쳐나는데 항문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은 흔치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병원 자체가 많지 않다 보니 남의사, 여의사 가를 처지도 아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여의사이길 바랐지만 역시나 남자 선생님에게 검사를 받게 되었다.
항문경검사
침대 위에 바지를 허벅지까지 내리고 옆으로 누워 상처가 난 부위를 살핀 뒤 항문경 검사를 했다. 카메라가 달린 기구를 통해 항문 속을 들여다보는 검사였다. 기구가 들어오는 느낌이 조금 이상했지만 참을만한 정도였고, 나도 같이 화면을 보면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치질은 있지만 수술할 정도는 아니고, 치루도 아니라고 한다. 네? 아니라고요? 치루와 비슷한 모양의 상처지만 어쨌든 아니라고 한다. 항문 주변은 피부가 약해서 상처가 잘 난다며 씻을 때도 비누 칠 하지 말고 그냥 물로만 씻어 내고, 휴지로 닦을 때도 무조건 살살. 웬만하면 비대를 사용하거나 물로 씻어 내라고 했다. 가끔 좌욕도 해주고 그게 힘들다면 샤워할 때 오래 적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한다. 상처 난 부위는 소독 한 번 하고 거즈로 붙여주었다.
피검사
마지막으로 염증수치를 알아보기 위해 피를 뽑았다. 피검사로 염증 수치뿐 아니라 빈혈과 간 수치도 알려주는 검사였다. 1주일 뒤 결과 들으러 다시 방문. 결과는 모두 정상으로 나왔다.
약처방
약은 항문에 직접 바르는 크림과 3일 치 복용할 알약을 처방받았다. 알약은 염증을 가라앉히는 소염제와 변비약 등 들어있다.
① 헤모렉스크림.
혈관 강화제로 치질로 인해 항문이 불편할 때 바르는 약이다. 듬뿍 짜서 항문 속과 항문 입구에다 바르면 된다.
왼쪽부터 설명 시작
② 베니톨정 (미세정제플라보노이드분확물)
만성정맥부전 (하지중압감, 동증 야간경련) 및 정맥류 치질 치료, 혈관강화제
③ 프로맥정 (폴라프레징크)
궤양치료제, 궤양치유 촉진 및 항염증 작용을 통해 위궤양과 위염 증상에 복용.
④ 록소디펜정 (록소프로펜나트륨수화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⑤ 마그밀정 (수산화마그네슘)
변비약, 제산제
약복용 후
휴지로 닦을 때마다 아팠던 게 알약 1회 복용만으로도 통증이 거의 사라져서 신기했다. 결국 3일 치 중 2일 치만 먹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항문 청결과 치질이 생기지 않게 원활한 대변 활동에 힘쓰기로 다짐했다. 물 많이 마시고, 유산균도 잘 챙겨 먹고, 가끔 좌욕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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